월드패션 2019-12-23

'색채의 마술사' 엠마누엘 웅가로, 향년 86세 별세

'프린트의 시인'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던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엘마누엘 웅가로가 향년 86세의 나이로 파리에서 사망했다.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엠마누엘 웅가로((Emanuel Ungaro, 1933~2019)가 향년 8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프린트의 시인'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던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엘미누엘 웅가로는 2004년 패션계에서 은퇴했으며 지난 2년 동안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투병을 하다가 최근 상태가 악회되어 지난 12월 21일(현지시간) 토요일 사망했다. 




엠마뉴엘 웅가로는 1933년 프랑스 남부의 엑상 프로방스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고인의 부모는 파시스트를 피해 프랑스로 이민 온 이탈리아인이었다. 엠마누엘 웅가로는 생전에 양복점 재단사였던 아버지와 크로스토발 발렌시아가로부터 기본을 배웠다고 인터뷰에서 자주 말했다.


아버지 영향으로 스무 살 이전에 맞춤복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패션에 대한 더욱 큰 꿈을 가지고 있던 웅가로는 20대 초반 고향을 떠나 파리에 정착했다.


1956년 파리로 건너간 엠마누엘 웅가로 양복점 재단사로 취직해 3년을 일했다. 이후 1958년 앙드레 꾸레주의 소개로 스페인 출신의 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의 조수로 일하면서 6년만에 수석 디자이너가 되었고 9년 만에 자신의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 후 컬러풀한 스타일을 곧바로 패션에 도입했다. 평생동안 자신의 일을 공예로 여겼던 엠마누엘 웅가로는 "나는 옷감을 애무하고 그 냄새를 맡고 옷감이 스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 한장의 옷감이 분명 여러가지 방법으로 내게 말을 걸어온다"고 말했다.


1965년 소수의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그는 파리 제17구에 있는 막 마온 거리에 자신의 패션 하우스를 오픈했다. 이어  스위스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인 소니아 나프와 함께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웅가로는 첫 컬렉션에서 나프가 디자인한 프린트 소재를 이용해 젊은 여성을 위한 의상들을 선보였다.



대체로 몸에 꼭 끼지 않는 A-라인의 미니 시프트 드레스, 테일러링된 코트와 슈트, 반바지와 재킷을 조합한 앙상블 등이 주를 이루었다. 그는 첫 컬렉션을 준비하기 전 발렌시아가를 떠나 앙드레 꾸레주를 위해 잠시 일했었는데, 첫 컬렉션은 당시 '스페이스 룩'으로 주목받았던 앙드레 꾸레주의 영향을 보여주었다.


당시 엠마누엘 웅가로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파리에 새 바람을 일으킨 젊은 디자이너의 데뷔에 찬사를 보냈고 그의 디자인은 수없이 복제되어 젊은세대를 매료시켰다. 이후 그의 디자인은 기성복 시장에서 북제되었지만 그는 매 시즌 새로운 스타일을 소개하면서 패션계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이러한 능력 때문에 엠마누엘 웅가로는 오랜 활동 기간 동안  친구이자 프랑스 여배우인 아누크 에메를 비롯해 미국의 전 퍼스트 레이디 재클린 캐네디, 미국 영화배우 제나 로우랜즈, 프랑스 영화배우 캐서린 드뇌브와 이사벨 아자니 등 다수의 여성 유명인사들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또한 영화 배우와의 친분으로 영화 의상 제작에도 열정을 보였다.  1975년 '낙원의 침입자'에 출연한 까뜨린느 드뇌브 의상을 시작으로 1980년대 초까지 '글로리아' 출연한 제나 로우랜즈, '데들리 런'에 출연한 이자벨 아자니 의상을 디자인했다.


1983년부터는 자신의 절친이었던 아누크 에메가 영화 '비바 라 비'와 '석세스 이즈 더 베스트 리벤지' '남자와 여자-20년 전에' 등에서 입은 의상을 디자인해 주목받았다. 1990년대 후반에는 영화 '뮤즈' 샤론 스톤의 의상을 제작했다.
 


프랑스 패션 하우스는 브랜드 창시자 엠마누엘 웅가로를 "아름다운 드래핑으로 화려한 컬러와 기하학적인 프린트의 예상치못한 결합, 관능적인 충돌을 통해 다름과 도전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묘사했다.


실제로 엠마누엘 웅가로는 여성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의 인체 특징을 살려 매혹적이고 로맨틱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성향은 1970년대에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해 여성의 몸매를 드러내는 디자인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는 직접적인 노출을 피하면서도 부드러운 소재 아래 감추어진 여성의 몸을 간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에로틱하고 유혹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그는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해 표현한 흐르는 듯한 실루엣과 완벽한 테일러링의 흔적을 나타내는 구조화된 재킷이나 코트를 발표함으로써, 서로 다른 특성이 공존하는 앙상블을 연출했다.



엠마누엘 웅가로의 작업 과정은 정통 오뜨 꾸띄르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의 고객은 가봉을 위해 그의 작업실을 세 번 이상 방문해야 했다. 그의 작업실에는 원피스 드레스와 테일러링 전문 직원이 각각 열다섯 명 이상 상주하면서, 단추 구멍, 지퍼, 주름, 자수 등의 디테일을 손으로 작업했다. 때문에 작품은 완성하는데 수 주일에서 수 개월이 소요되었다.


1968년 엠마누엘 웅가로는 자신의 오뜨 꾸뜨르 라인와 병행해  여성 라인으로 기성복 시장에 진출했고, 몇 년 후 남성 라인으로 기성복 시장에 진출했다. 수 년 동안 그는 향수, 신발, 디자이너 안경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패션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들어 매출이 줄고 라이선스 로열티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해 적자를 기록하자 엠마누엘 웅가로는 지난 1996년 이탈리아 패션 가문인 페라가모에 자신의 하우스를 매각했다.


결혼해 딸을 둔 아버지인 엠마누엘 웅가로는 2001년부터 패션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의 주요 협력적인 지암바티스타 발리에게 기성복과 액세서리 사업의 예술적 방향을 맡겼다.


그는 몇 년 더 웅가로 오뜨 꾸띄르 컬렉션을 디자인했지만, "오뜨 꾸띄르의 세계는 더 이상 오늘날의 여성들의 기대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지난 2004년에 공식적으로 패션계에서 은퇴했고 회사는 결국 2005년에  파키스탄계 미국인 IT사업가 아심 압둘라에게 재매각 되었다.



이후 벵상 다레, 피터 둔다스, 에스테반 코타자르 등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되었고 2009년에는 불황타계를 위한 임기웅변으로 할리우드 스타 린제이 로한이 영입돼 브랜드 창업자 엠마누엘 웅가로의 비판은 물론 패션계의 엄청난 혹평으로 인해 결국 물러났다. 지금은 마르코 콜라그로시가 2017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평생 꾸띄리에로 살았던 엠마누엘 웅가로는 AFP 통신과의 생전 인터뷰에서“누구도 옷을 입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살게 해야 한다(One should not wear a dress, one should live in it)”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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