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2015-12-15 |
[무비패션] 창조와 욕망의 ‘팩토리’속 잇걸 에디의 영원한 찰라
지방시와 오드리 햅번, 존 레논과 오노 요코, 마크 제이콥스와 소피 코폴라 등 예술가에게 있어서 뮤즈는 삶의 일부와도 같으며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작용시키며 공생 하는 존재라 할 수있다. 이처럼 많은 예술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뮤즈, 20세기 가장 위대한 상업적 예술의 성공을 거둔 예술가 앤디 워홀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뮤즈는 바로 60년대 최고의 ‘잇걸’ 에디세즈윅. 이름마저 비슷한 이들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패션의 르네상스 60년대의 중간인 1965년. 섹스, 마약, 로큰롤이 혼재된 혼란의 중심 뉴욕. 캠벨수프를 이용한 파격적인 전시로 현대예술의 개념을 뒤흔든 앤디 워홀(가이피어스)은 한 사교 파티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를 발견한다. 그녀의 이름은 에디 세즈윅(시에나밀러).오드리 헵번을 꿈꾸며 뉴욕으로 건너와 패션모델을 하고 있는 그녀는 이제껏 발견할 수 없었던 독특한 스타일의 소유자였다.
앤디는 그녀가 자신이 꿈꾸는 새로운 예술의 뮤즈가 될 것을 직감하고, 에디를 자신의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팩토리'로 초대한다. 그의 실험 영화 주연으로 발탁된 에디는 그가 창조하는 예술의 동반자이자 뮤즈로서 순식간에 유명세를 떨친다. 영화는 주로 앤디가 아닌 에디 세즈윅에게 포커싱되었고 그녀의 인생 전체를 지배했던 구속에서 벗어나 상상도 못했던 수준의 자유를 맛보게 된다. ‘허황된 예술 속에 머물지 말고 현실에 뛰어들라‘는 모토를 가지고 살았던 그녀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자유를 만끽하며 비로소 아주‘핫’한 예술 세계에 눈을 뜨며 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다.
또한 영화가 독특한 예술 세계로 오랜 세월 동안 주목 받아온 예술가의 이야기를 그린 만큼 화면구성도 전형적인 상업 영화의 틀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 오래된 필름을 트는 듯 지직거리는 흑백 화면과 일부러 연출된 듯 다소 거친 질감의 컬러 화면, 환각 또는 현실을 넘나드는 듯 희미한 색감의 다양한 패션의 변주가 혼돈스럽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연출되어 의도적으로 덜 다듬어진 듯 한 미장셴을 뿜어내기도 한다.
에디 역을 맡은 시에나 밀러는 1960년대 팝 아트계의 거장 앤디의 뮤즈였던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해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시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손꼽히는 트위기와 함께 동시대 패션 아이콘으로 강렬한 패션 세계를 드러냈는데 그 예로 파격적인 숏 컷과,스모키 메이크업으로 신비롭고 화려한 패션의 정점을 표현한다. 깡마른 그녀의 신체 조건과 어우러져 최근 유행하는 소년적이면서도 중성적인 앤드로지너스룩의 무드를 자아냈다.
게다가 지금이야말로 한번쯤 시도해 볼 법한 화려하고 볼드한 샹들리에 이어링을 보이 프렌드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매치해 믹스앤매치의 진수를 보여준다. 프린지 장식에 검정 스타킹을 매치하여 원조‘하의실종‘룩을 보여 주며 시크한 호피 무늬의 과감한 퍼 장식까지 세련된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특히 그녀의 하의 실종 패션은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스타들의 화보에서 여러 차례 오마주 화보로 표현되기도 할 만큼 시대를 초월한 섹시한 패션으로 남았다.
시에나 밀러는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그녀의 평소 스타일도 아이코닉한 존재가 될 만큼 영향력 있는 패션 셀럽인 것이 흥미로운 점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 작품에 참여하고 난 뒤 실제로 작품의 캐릭터를 그대로 재현한 것 처럼 당대 최고의 예술가, 영화배우들과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아무래도 그녀가 이 배역을 맡은 건 운명이 아니었을까?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녀가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패션 아이콘임에도 불구하고 ‘푸어 리치 걸(Poor Rich Girl)’로 회자된다. 그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앤디의 뮤즈, 팩토리의 슈퍼 스타로서의 이용 가치가 떨어지고 결국에는 약물 중독 등의 악순환의 굴레로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탓이 아닌가 싶다.
어느날, 에디의 친구가 에디가 뉴욕으로 떠나기 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 주며‘이날의 소녀를기억 해?’라고 묻는 장면에서 에디는‘아니’라고 대답한다.사진속의 환한미소를 짓고있는 순수한 소녀는 이제 없다. 아마도 그녀는 한편으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시 돌아갈 수 없겠지만,지금 나를 잡고 놓아 주지 않는 이 나락에서 벗어나고 싶어.”라고
글 정예지/ 상명대 패션디자인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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