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패션 디자이너/ 장윤경 2019-07-23

실을 가지고 놀던 소녀, K패션 헤리티지에 레시피를 하나 더 추가했다

가장 한국적인 요소 ‘김치’와 ‘무궁화’를 하이 패션으로 변주해 주목받고 있는 청춘 디자이너 장윤경. 김치 냄새나는 한국적 헤리티지의 본질을 탐구하는 장윤경의 독특한 패션은 K-패션에 레시피를 하나 더 추가했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공항 패션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의 옷이 아닌 개량 한복을 착용해 화제를 모았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의 영향으로 세계는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류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K-패션 브랜드가 세계 무대에서 약진하는 가운데 ‘한국적인 것’을 통해 세계와 교감하려고 하는 젊은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쎄쎄쎄(SETSETSET)’의 장윤경 디자이너다.


장윤경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쎄쎄쎄는 한국 문화를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옷으로 재구성한다. 특히 한국적인 것을 뻔하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은 쎄쎄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다.


2019 봄/여름 시즌 ‘김치’를 테마로 한 제너레이션 넥스트(이하 GN) 컬렉션 데뷔 무대는 미국 <보그>지의 호평을 받았으며, ‘무궁화’를 테마로 한 2019 가을/겨울 컬렉션은 독일 <슈피겔>지에서 단독 보도하며 K-패션만의 특별함으로 주목받았다.


“한국적인 것이 과연 세계 패션계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당당히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장윤경 디자이너. 브랜드가 추구하는 키치하고 러블리한 스타일과 어울리는 보랏빛 칼 단발 헤어 스타일로 수줍게 웃으며 나타난 그녀를 만났다.



실을 가지고 놀던 소녀,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다


장윤경 디자이너는 어릴 때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다. 옷 수선 일을 하신 어머니 덕에 어릴 때부터 실을 가지고 놀 일이 많았다. 형형색색으로 펼쳐지는 실은 어린 꼬마 소녀에게 신 세계로 다가왔다. 원단과 실, 다양한 컬러에 익숙해지며 자연스럽게 ‘패션’이라는 영역에 마음이 끌렸다.


“실을 가지고 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색 이랑 친해진 거 같아요. 그렇게 커가면서 점점 패션 쪽에 관심도가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대학도 그쪽으로 가게 됐죠.”


한양대학교 섬유디자인학과에 진학한 장윤경은 텍스타일을 공부했다. 텍스타일을 배우면서 한편으로는 패션 디자인이나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학교 전공이 융복합 과정을 거치면서 섬유 디자인과 금속 디자인이 합쳐져 주얼리패션디자인학과로 바뀐 것. 패션과 주얼리 디자인에 욕심이 있었던 그녀는 1년 휴학 후 제대로 패션 디자인을 배웠다.


장윤경이 패션 디자이너가 된 길은 어찌 보면 순조로웠다. 어려서부터 옷과 친하게 지냈고, 원하는 전공으로 진학한 후 학과 과정 개편으로 원하던 공부를 더 깊게 할 수 있었다. 4학년 때는 학교의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과 동시에 자신의 브랜드 ‘쎄쎄쎄’를 런칭했다.


이 모든 것이 패션 디자이너를 꿈꿔온 그녀의 노력에 대한 선물이었다. 하지만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꿈을 이뤘을 때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 “쉽지 않았죠. 첫, 두 번째 시즌까지는 방황하는 시기였어요.”라고 회상했다.


↑사진 = 쎄쎄쎄 2019 가을/겨울 '무궁화' 컬렉션


디자인과 시장성, 그 경계를 찾아가다


이제 막 브랜드를 런칭한 루키 디자이너에게 패션계는 쉽게 길을 내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컨탬포러리 트렌드만을 쫓아가려고 했어요. 디자이너로서 뭘 해야 할지도 잘 몰랐고, 그래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즌은 판매 위주로 했는데 잘 안 됐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그건 온전히 저의 색을 담은 게 아니더라고요. 소비자랑 계속 밀당을 한 거죠.” 브랜드를 런칭하며 다양한 온라인 편집숍에 입점했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디자인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이게 맞는 걸까 하는 와중에 밴쿠버패션위크부터 초청을 받았어요. 이건 기회다. 과감히 투자해서 패션쇼에 해보자라고 결심했죠.” 그렇게 과감히 도전한 컬렉션의 주제는 한국적인 정서가 농후한 ‘사물놀이’였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적인 것을 색다르게 재구성한 무대는 예상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다시 한번 밴쿠버패션위크에서 패션 쇼를 선보였고 그 다음에는 GN 컬렉션에 선정되어 국내 무대인 서울패션위크에서 데뷔 무대를 가질 수 있었다.


“디자인할 때 솔직히 쇼만 생각하면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근데 팔아야 하잖아요. 그 간극이 어려운 거 같아요. 디자인에 저의 색깔을 녹여서 눈에 띄는 옷을 만들고 싶은데 못 입을 정도가 되면 안 되니까 그게 제일 어려웠죠.”라며 디자이너로서의 어려움을 털어놓은 그녀. 하지만 브랜드의 강점을 ‘프린트’로 하고 시즌마다 확실한 주제를 잡은 컬렉션은 프레스와 바이어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해외 반응에 대해서는 “브랜드 스토리가 확실하고 디자인도 유니크하다고 좋게 봐주시죠.”라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사진 = 쎄쎄쎄 2019 가을/겨울 '무궁화' 컬렉션


한국 문화를 통해 세계와 교감하는 날까지


한국에서 브랜드를 런칭하는 신진 디자이너는 GN을 데뷔 무대로 해외 진출을 꿈꾼다. 하지만 쎄쎄쎄는 해외에서 처음 컬렉션을 시작한 덕분에 일찍부터 다양한 경험할 수 있었다. 중국패션위크에서 모델이 쇼 직전 밥을 먹어 놀랐던 해프닝에 대해 “문화 차이”라고 웃으며 얘기하는 그녀에게서 패션계의 다양성을 몸소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중국에서 패션쇼를 하다 보면 모델들이 K-패션에 대해 동경을 가지고 있는 게 느껴져요. 제가 볼 때는 밴쿠버나 중국이나 그쪽 나름대로 잘 갖춰져 있는 것들이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 스스로 어디에서나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라고 덧붙였다.


장윤경이 생각하는 ‘한국적인 것’은 무엇일까. 흔히 떠오르는 한복, 오방색, 비빔밥 등 다양한 키워드가 있지만 그녀에게는 ‘한국’은 훨씬 더 넓은 것을 의미한다. “한국적이라 하면 오래된 것, 옛 것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 자체가 한국적이라고 생각해요. ‘전통’은 절대 오래된 것만을 뜻하진 않거든요. 전형적인 걸 탈피해서 많은 것을 전하고 싶어요.” 라는 대답에서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디자이너라는 느낌이 들었다.




파리, 런던, 뉴욕, 밀라노와 같은 4대 패션 캐피탈이나 개성있는 문화로 대변되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패션 국가 브랜드가 약한 편이다. 이런 상황 속, 쎄쎄쎄는 한국 문화를 뻔하지 않게 재치 있는 옷으로 풀어나가며 국내외 프레스들의 흥미를 불러모은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가장 보람있는 순간에 대해 “제가 한국적인 전통과 문화를 패션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K-패션 디자이너의 자부심과 성장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큰 꿈은 쎄쎄쎄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쎄쎄쎄’를 했으면 좋겠어요. 쎄쎄쎄가 알려지는 계기가 처음에는 옷으로 시작하겠지만 나아가서는 패션 소품, 가구, 인테리어,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요. 한국 문화를 통해서라면 정말 끝이 없을 거 같아요. 절대 주제가 고갈되지 않을 거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스텝바이스텝으로 그려가는 미래의 쎄쎄쎄다.



비슷한 듯 다른, 다른 듯 비슷한 세계 패션계에서 자신만의 톡톡 튀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나아가 한국 문화로 세계와 교감하고 싶다는 장윤정 디자이너.


오프 더 레코드였지만 올 10월에 선보일 2020 봄/여름 컬렉션에 대해 살짝 귀띔을 해주며 어떻게 쎄쎄쎄만의 스타일로 풀어나갈 건지 자신 있게 얘기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K-패션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루키 디자이너의 당찬 포부가 느껴졌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 디자이너의 도전적인 DNA로 무장한 장윤경 디자이너는 나머지 50%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지금도 경기도 양주에 있는 작업실에서 청춘을 불태우고 있다.


패션엔 이민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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