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패션 디자이너 곽현주 2015-06-01

‘4가지’ 없는 스타 디자이너 곽현주의 독특한 패션 스토리

‘4가지 없는 디자이너’라는 제목이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완벽해 보이는 스타 디자이너 곽현주를 인터뷰하면서 4가지 단어만큼은 발견하지 못 했다. 쿨한 성격만큼이나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확실한 시그너처 룩을 가진 그녀는 ‘나이, 정지, 시간, 끝’이라는 4가지 없이 매번 새로운 재미 찾기에 분주하다. 연약한 ‘여성’이기보다 남다른 ‘감성’을 선택한 그녀의 좌충우돌 성공 스토리를 만나보자.





‘나이’를 잊은 젊은 그대, 곽현주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디자이너 곽현주가 매 시즌 선보이는 컬렉션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나이’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패션도 디자이너와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편견을 은연중에 자신도 모르게 인정하고 말았지만, 그녀의 젊은 감성이 주사된 옷은 한결같이 젊었고, 이를 보고 있노라면 신선하다 못해 통쾌한 기분마저 든다.


디자이너 곽현주는 2003년 ‘기센 바이 곽현주’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후 12년 동안 우직하게 서울 컬렉션에서 패션쇼를 선보인 실력파 디자이너다. 벌써 25번째 디자인으로 대중 앞에 선 그녀의 에스프리를 사랑하는 열정 마니아는 뜻밖에도 아이돌 스타들이었다. 유독 패션에 민감한 아이돌 스타의 경우 남과 같은 옷 입기를 거부하지만, 곽현주의 옷 한 벌을 11명의 아이돌 스타가 동시에 착용할 만큼 가요계에서 그녀의 옷은 인기 상종가다.


“스타들과 패션을 통해 소통하고 친분을 쌓다 보니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사적인 친분이 깊다고 해도 옷으로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겠죠. 스타들의 감성을 적극 반영한 디자인을 만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친분도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 같아요”


현재 케이블 방송 에서 방영 중인 ‘패션왕-비밀의 상자’에서도 씨앤블루 멤버 이정신과 곽현주의 디자인 호흡이 유독 돋보인다. 숙련된 프로페셔널 디자이너로서 아마추어 초보 디자이너(?)의 서툰 속도가 답답할 법도 한데, 그녀는 오히려 파트너 이정신의 패션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때 보면 든든한 누나의 모습이다.


“젊은 남성들의 트렌드를 직접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요즘 이정신의 패션을 보면서 트렌드를 연구하고 나름 배우고 있어요. 이렇게 젊은 친구들과 작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영감을 얻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거든요.”



<‘패션왕-비밀의 상자’에서 이정신과 호흡을 맞추는 곽현주>



‘정지’하지 않고 전진하는 곽현주 컬렉션


아무것도 없는 패션쇼 무대를 ‘무에서 유로’ 완벽하게 변신 시키는 매직은 디자이너의 역량과 재능이 빚어내는 열정이라는 땀방울 때문에 가능하다. 시즌마다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곽현주 컬렉션의 감성과 아이디어는 끝없는 지중해 바다처럼 넓고 풍부하다. 특히 이번 2015 가을/겨울 곽현주 컬렉션에서 그녀가 꺼내든 히든카드는 다름 아닌 ‘곤충’이었다. 문득 직설적으로 패턴에 곤충을 그려 넣은 그녀의 의도가 궁금했다.


“사진가 권영호 선생님과 남다른 친분이 있어요. ‘패션왕’ 촬영 중 선생님 작업실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희귀한 벌레 사진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그 후에 컬렉션 주제를 잡기 위해 고민하던 중 갑자기 그 벌레 사진이 떠올랐고, 선생님과 상의하에 이를 패턴으로 접목시키게 됐습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도 모르죠.”


벌레가 징그러운 생명체라는 편견은 대다수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편견을 내려놓고 곤충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가죽처럼 광택이 나는 몸통과 화려한 집게다리, 날개 등 어느 곳 하나 신비롭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멋’을 발견한 그녀의 눈썰미가 컬렉션의 테마로 이어졌고, ‘관찰연구소’라는 내러티브로 화려한 벌레 패션쇼가 탄생하게 됐다.


<사진= ‘관찰 연구소’라는 테마로 진행된 2015 F/W 곽현주 컬렉션>


“일상에서 컬렉션의 영감을 찾고 패션에 접목시키는 편이에요. 평범한 일상 또한 무궁무진한 작품 소재의 원천이기 때문에 사소한 곳에서 아이디어를 찾고자 노력하죠. 이번 컬렉션 역시 ‘관찰하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소한 생각에서부터 출발했고, 벌레의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소재를 에스닉 감성으로 풀어냈어요.”


이처럼 곽현주 패션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컨셉’이다. 수많은 컬렉션을 보고 있노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컨셉과 맞닥뜨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런웨이 위에 속 시원하게 답을 적어놓는다. 일상의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감성은 대중들의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그녀의 솔직한 표현방식 때문에 많은 이들이 다음 컬렉션을 기대하게 만든다.



‘시간’ 없는 그녀의 잠들지 않는 일상


디자이너 곽현주의 일상은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지만 늘 시간이 부족하기만 하다. 매장 운영부터 대학교수로 15년째 강단에 서는 것은 물론 레스토랑 사업, 최근 방송 촬영까지 더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최근 중국 광저우에 브랜드 매장을 컨설팅하는 등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장기적인 소비침체로 위기를 맞은 국내 패션 상황에서 디자이너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특히 중국의 경우 타 국가에 비해 패션 소비가 활발히 이뤄지는 편이기에, 그녀 역시 바쁜 시간을 쪼개 한 달에 4일 정도 중국 광저우를 방문한다. 

 

“과거 중동과 이탈리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 수출 선을 확보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나라가 불경기다 보니 수출에 어려움이 컸어요. 그에 비해 중국은 소비층이 넓어 매출을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나라이기에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외로 브랜드를 수출할 경우 한 번에 비용을 책정하고 금액을 받기 때문에 공급자 입장에서 이득이 아닐 수 없죠.”



실제로 국내 패션시장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로 살아남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자체 쇼룸 외에 다른 편집매장에 브랜드를 입점 시킬 경우, 높은 수수료와 매장 운영비용 등으로 수익을 내기가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가격이 비싼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적절한 유통 루트를 찾지 못하면 사업 전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다수 디자이너들이 오리지널 보다는 저렴한 세컨드 라인을 론칭해 대중적인 옷을 판매하고 있다. 그녀 역시 「콜리콜리」라는 중저가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카피 문제가 심각한 중국에서 중저가 라인이 오리지널보다 훨씬 비싸게 판매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중국 원단시장에 가면 프린트에 ‘곽현주’라는 이름까지 똑같이 카피된 원단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요. 세컨드 라인 「콜리콜리」에서 78,000원에 판매되는 옷을 똑같이 카피해서 380,000원에 팔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재질 하나 다르지 않게 완벽히 똑같은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죠.”


카피 문제를 막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시험적으로 소량의 원단을 공급하는 ‘샘플 오더’를 시행하지 않아야 하지만, 디자인 수출에 있어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카피에 대한 규제가 명확하지 않고 대응 절차 역시 복잡해 현실적으로 법정 싸움을 이어가느니 다음 컬렉션에 집중하는 것이 더 속 편하다고 디자이너들은 입을 모은다.


이처럼 현실적인 문제와 갑갑한 상황들이 그녀의 열정을 좌절시키고 때론 발목을 잡을 때도 있지만, 자신의 디자인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많은 고객들 덕분에 마음의 짐을 일정 부분 덜어낼 수 있다고 호탕하게 웃는다.



‘끝’없는 도전, 그리고 멈추지 않는 열정 

 

그녀가 직접 운영하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테이블 스타’는 이미 가로수길 일대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특히 패션 디자이너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패셔너블 인테리어와 엄선된 메뉴가 청춘을 꿈꾸는 수많은 기성세대의 아지트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대기업이 가로수길 메인 로드를 점령하면서 쇼룸을 골목 상권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죠. 쇼룸을 이전하면서 레스토랑을 함께 오픈해 우연히 새로운 사업을 겸업하게 됐고, 여러 가지 어려움 끝에 지금은 삼성동 코엑스에 ‘테이블 스타’ 2호점을 오픈할 만큼 안정기에 접어들었어요.”


그러나 레스토랑 운영은 시작부터 어려움이 끊이질 않았다. 초반에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상처받기도 하고, 그에 따른 고객들의 불만과 체계화되지 않은 운영방식 때문에 5~6개월 동안 적자를 보기도 했다. 그녀 역시 디자인 작업을 하다가도 레스토랑에 내려와 200개 넘게 쌓여있는 접시를 닦는 등 갖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자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레스토랑은 가로수길 핫 플레이스 맛 집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로서는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진행 중인 일들의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우선 목표에요. ‘곽현주’라는 브랜드가 하나의 기업처럼 체계를 갖추다 보면 사업을 보다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직원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후배를 양성하면서 목표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성장해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디자이너 곽현주가 직접 운영하는 신사동 가로수길 ‘테이블 스타’>


‘함께 하는 가치와 행복’이 최고의 경영 노하우라는 사실을 깨우쳤기 때문일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만 그녀는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처음 세웠던 목표를 위해 쉼 없이 준비하고 실천하고 있다. 행복한 디자이너를 꿈꾼다는 그녀의 말처럼 낡은 허례허식을 벗어던지고, 굿 디자인을 위해 젊은 감성으로 도전하는 곽현주는 참 괜찮은 사람이자 인간적인 디자이너였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끝없이 도전하는 그녀 곽현주의 열정은 장래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많은 패션학도들과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소중한 롤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감성적인 ‘필’이 더 소중할 때가 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을 너머 이감전감(以感傳感)으로 변주될 때, 패션은 단순히 몸에 걸치는 세컨드 스킨이 아닌 감성으로 테일러링 한 힐링이 된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의 가야할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욕심내지 않는 스텝 바이 스텝을 고수하는 디자이너 곽현주. 무한한 야망을 품으면서도 풋풋한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녀의 다음 도전이 기대된다.



패션엔 박시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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