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11-08

[패션칼럼] 헤리티지 푸아레의 '부활'과 ICINOO의 '긴 터널'

패션 히스토리 북에만 존재하던 폴 푸아레 패션 하우스 상표가 이번 달에 경매에 나오면서 바야흐로 헤리티지 브랜드들은 하나 둘 부활하고 있다. 카르벤에서 부터 비오네와 스키아파렐리까지 20세기에 사라졌던 헤리티지 브랜드들이 21세기에 다시 부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K패션의 헤리티지 ICINOO에 대한 단상.



<디자이너 폴 푸아레>


20세기 초에 디자이너 향수 시장을 개척하고, 코르셋으로 부터 여성들을 해방시켰으며 늘 멋진 파티로 이름을 날렸던 폴 푸아레는 1910년대 파리 패션의 거장이었다. 만약 그의 이름이 지난 100년 동안 많은 디자이너들의 무드보드에 실렸던 역사적인 인물이었다면 폴 푸아레의 부활은 새로운 생명을 얻는 셈이 된다. 폴 푸아레 하우스의 상표는 이달 초 옥션에 나와 부활의 날개 짓을 시작했다.

 

폴 푸아레 2.0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트렌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20세기 전반부의 패션 하우스 범람은 지난 10년 동안 큰 성공을 거두며 재 런칭되었고 프로세스에 있어서도 완전히 새로운 스핀을 보여주었다. 발망이나 카르벤, 스카이파렐리, 비오네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소비자들이 막연히 그 브랜드 명성만 알고 있다고 하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구축한 명성을 통한 유산은 어느 정도 유명세에 기댄 측면이 있다고 할지라도 브랜드를 강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비오네의 헤리티지들>


버튼 업 엘레강스와 50년대 귀족층들이 주로 입은 드레스로 유명했던 피에르 발망은 요즘 섹스와 소셜 미디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의 발망과는 전혀 거리가 먼 모습이다. 유명한 트렌드 예측 컨설팅 회사인 미래 연구소 공동 창업자인 마틴 레이몬드는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것과 옛 것의 조화를 추구하는 잠재적인 투자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모든 비즈니스 모델이란 헤리티지 패션과 새로운 코드를 쓰기 위한 상대적으로 빈 캔버스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캣워크 컬렉션과 함께 시작되는 재 런칭에 보너스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폴 포아레 향수는 연관성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겠지만 1910년대 식 옷을 만든다면 모던 컨템포러리라는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헤리티지 브랜드의 부활의 전제 조건은 신구의 조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현재 폴 푸아레 상표는 레바니스 SA의 아르노 드 루멘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드 루멘은 헤리티지 브랜드의 성공적인 부활의 좋은 본보기인 비오네의 재 런칭에도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1912년 마들레느 비오네에 의해 설립되어 바이어스 드래핑으로 유명해진 이 하우스는 거의 75년 동안 잠들어 있었지만 지금은 재 런칭의 성공적인 케이스로 거론되고 있다. 새로운 주인인 카자흐스탄 여성 사업가 고가 아쉬케나지가 직접 디자인하는 비오네는 전 세계 부유한 여성들에 의해 사랑을 받고 있다. 네타포르테딧컴의 바잉 매니저 사샤 사로킨의 증언에 따르면 아쉬케나지는 여성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엘레강스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즉 비오네 소비자들은 떠들썩한 인지도보다는 조용한 그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입기 원하는 셈이다한다.


<카르벤 2015 /여름 컬렉션>

 

물론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럭셔리 하우스의 최신 클러스터는 샤넬이나 크리스찬 디올과 같은 기존 럭셔리 하우스보다는 20세기 패션의 컬트적 레퍼런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디자인이 보다 모던한 그 무엇인가를 반영해야 하는 자유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패션 투자자들은 현재 잠재적으로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들을 창조하기 위한 빈 수레를 찾고 있다. 그것은 박물관이나 패션 히스토리 북에 역사로 남아 있는 디자이너일 경우가 높다.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들은 패션 역사를 읽은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네타포르테닷컴과 같은 인터넷 럭셔리 쇼핑몰에서 쇼핑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새로운 푸아레는 네타포르테 닷컴의 바잉 매니저 사샤 사로킨의 레이더에 있는 셈이다. 그녀는

새롭게 부상하는 새로운 브랜드나 헤리티지 브랜드가 다시 부활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말한다. 폴 푸아레는 여성스럽고 웨어러블한 룩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 태어나는 푸아레 브랜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분된다고 말했다.


<스키아파렐리 2015 /여름 컬렉션>

 

푸아레가 재 런칭 될 경우 롤랜드 뮤레나 혹은 크리스탄 라크르와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100년 전 폴 푸아레는 익숙한 브랜드로 하이패션 소비자들로 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만약 이번 달에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좀 딱 맞아 떨어져 경매에 성공해 새로운 주인을 만난다면 어느 정도 성공을 예상할 수 있다.

 

우리도 이치누(ICINOO)라는 헤리티지 브랜드가 있다. 디자이너 이신우가 만든 하이엔드 브랜드다. 하지만 IMF 때 부도가 나는 바람에 주인이 바뀌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 브랜드는 지하철에서 80%에 할인된 가격의 저가에 팔리고 있고 마트나 홈쇼핑 에서도 디자이너 브랜드로 이신우이신우옴므가 판매되고 있다. 부도난 것을 모르는 소비자들의 경우 아직도 디자이너 이신우가 디자인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현재 디자이너 이신우와 브랜드 ICINOO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디자이너 이신우의 헤리티지를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려는 장사꾼들의 눈속임에 불과하다.

 

디자이너 이신우의 이름 앞에는 늘 '최초' 라는 낙네임이 붙었다. 1977년 파리 프레타포르테 최초 참가, 1990년 도쿄 컬렉션 최초 초청, 1993년 파리 컬렉션 최초 참여 등 그는 '한국 패션의 대모'로 불리며 1980년대 여성복 이신우(ICINOO)」 「오리지날리」 「영우」 「쏘시에, 남성복 이신우옴므, 패션 잡화 이신우컬렉션등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패션 회사를 만들어 디자이너 브랜드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1998IMF 외환위기 앞에 이신우 왕국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부도가 난 후 합정동 본사에서 연 그의 고별 무대인 '터널'이라는 패션쇼를 보면서 필자는 너무 앞서갔던 패션 천재의 몰락에 아쉬운 눈물을 삼켰다.


<디자이너 이신우>

 

그리고 현재, 채권단으로 넘어간 6개 브랜드는 지방 가두 매장과 지하철 매대, 홈쇼핑, 마트 등에서 팔리고 있지만 디자이너 이신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는 지하철을 타지 않는다. 지하철역에 내려가면 그의 자식 같은 브랜드가 주인을 잃은 체 저가로 매대에서 팔리기 때문이란다. 한국 패션의 하이엔드 헤리티지가 짝퉁(?)으로 팔리는 이 참혹한 대한민국 패션 현실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1934년 기업가로 성장한 가브리엘 샤넬과 이신우는 닮은 점이 많다. 둘은 패션 모더니즘을 통해 패션 판타지를 만들어낸 독보적인 디자이너이자 패션 혁명가였다. 또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대기업화를 이뤄낸 최초의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점과 우여곡절의 파란만장한 삶을 사랑으로 극복하고 이를 패션으로 승화시킨 점도 닮았다. 물론 이신우는 평생 한 남자를, 샤넬은 평생 비혼으로 살면서 여러 남자를 만났지만 두 사람의 패션에 대한 열정에는 연인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샤넬의 헤리티지는 전 세계 고급 백화점에서 고가에 팔리지만 이신우의 헤리티지는 TV홈쇼핑과 지하철에서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패션은 고부가가치 패션이라고 말한다. 그 기저에는 비싸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 우리가 알고 았는 명품(?)도 제대로 번역하면 사치품(Luxury Goods)이다. 우리가 외국 사치품을 명품으로 추앙하는 사이 한국 하이엔드 패션은 그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새가 하늘을 나는 것은 좌우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하이앤드 패션이 발전해야 중가인 캐주얼도 저가인 SPA도 동반 성장할 수 있다. PA의 탄생 배경에는 하이앤드 패션을 저가에 경험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로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매장>


한국 패션의 헤리티지를 잘 지키지 못하면서 K 패션을 외치는 것은 단지 소리 없는 아우성이자 뿌리 없는 아이덴티티에 불과하다. 해외 패션계가 잠자고 있는 헤리티지 브랜드의 부활을 통해 새로운 럭셔리 시장을 만드는 사이 과연 K 패션은 어떤 모습인지 스스로 생각해 볼 문제다. 해외 시장의 헤리티지 브랜드들은 주인이 바뀌어도 그 전통과 정체성을 바뀌지 않고 잘 유지된다. 그것은 바로 패션의 역사이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금의 K패션 정체성 찾기는 단지 디자이너만의 몫이 아닌 유통과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하는 문제다. 그것이 바로 창조 경제로 패션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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