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10-13

[이주영의 디자이너論] 런웨이의 문화 비평가, 패션 모더니스트 허환

디자이너 허환의 미학적 특징은 비쥬얼적으로 ‘끌림’, 개념적으로는 ‘전복’을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다. 20세기 패션의 역사를 연구∙ 비평하고 동시대의 사회 문화를 분석 해체 재조합 시켜 종국에는 전복시키는 아방가르드 정신에 입각한 이 브랜드는 소비자로부터 컬렉션의 소유를 통한 가치 상승 욕구와 미적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을 모색한다. 10년 동안 20번의 컬렉션을 통한 ‘비평 컬렉션 프로젝트(critique collection project) ’ 라는 계획아래 차근차근 자신만의 행보를 가고 있는 허환의 디자인 세계를 탐구해 본다.


 


디자이너 허환이 전개하는 ‘허환 시뮬레이션’은 서울을 거점으로 런던컬렉션의 성공적인 데뷔 이래 밀라노 컬렉션 진출을 통해 세계 패션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디자이너 허환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패션 경력을 쌓고 영국 R.C.A에서 패션 디자인 M.A.과정을 마쳤다. 이시기의 다량의 독서는 브랜드 철학의 근간이 된다. 그는 사학과 패션을 동시에 전공하였으며 동시대의 다양한 담론 및 현상을 패션에 담는 과정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허환의 컬렉션은 데뷔 이래 세계 유력 매체에 주목을 받고 있으며 2013 삼성 패션 디자인 펀드(SFDF)의 주인공이 되었다.



<밀라노컬렉션에 선보인 2015 S/S 컬렉션>


브랜드명에서 느껴지듯 그의 브랜드는 대중에게 쉬운 브랜드는 아니다. 브랜드명 시뮬레이션은 장 보드리야르의 난해한 이론인 실재가 전환하여 만드는 파생실재 시뮬라시옹의 영어식 표현이다. 허환은 일상 속에서 상품의 본질보다는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가 부가가치를 넘어 상품의 핵심가치가 되는 이 파생실재에 주목했으며 포스트모던 세계에서 브랜드가 만드는 판타지는 하이엔드패션에 있어 필연적 속성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디자이너가 그러했듯이 디자이너 허환은 동시대의 다양한 현상 -정치 사회적 논쟁, 문학, 시각예술, 기술의 진보, 현시대의 담론 등에 주목한다. 그는 그가 속해있는 사회의 여러 영역과 사회적 이슈를 재해석하여 시대의 정신을 디자인 속에 포착하고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5 S/S 컬렉션은 60년대의 패션코드와 필립 K. 딕의 68년 작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의 디자인 작업과정은 어떤 현상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는데 의문의 구체적 해결 과정은 좋은 이미지의 수집과 다양한 아트웍을 만드는 실험과 함께 20세기의 패션모드라는 과거와 현재의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며 연구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반한다. 이러한 과거의 패션과 사회∙ 문화 관계의 탐구는 ‘현재’라는 여과장치를 통해 동시대적이며 미래를 제안하는 패션으로 탄생된다. 그는 현재 패션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패션은 없다고 말하며 단지 새로운 전개 발전 과정(Development)만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에 있어서 현대적 발전 상황 속에서 미래를 이해하고 제시하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60년대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의 뒤섞임은 2015 S/S 컬렉션에 영감이 되었다.>


그의 디자인의 미학적 특징은 비쥬얼적으로 ‘끌림(Attraction)’, 개념적으로는 ‘전복(Subversion)’을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다. 대상을 분석 해체 재조합 시켜 종국에는 전복시키는 아방가르드 정신에 입각한 이 브랜드는 소비자로부터 강한 매력의 발산을 무기로 컬렉션을 소유를 통한 가치상승욕구와 미적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을 모색한다. 그에게 있어 패션은 누군가가 입고 싶어 하는 옷이어야 한다. 이는 구조적인 테일러링, 중성적인 실루엣, 꾸띄르적인 소재, 칼날 같은 디테일, 네러티브를 담은 컬렉션으로 탁월한 현대적 감성으로 표현된다. 오버사이즈의 샤프한 디테일을 갖춘 코트와 재킷류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 그의 옷은 중성적이며 구조적인 디자인으로 대표되며 동시에 우아하다. 여기서 우아함은 여성성의 클래식함 보다는 그의 옷을 입는 여성들의 에티튜드로 표현된다. 허환의 여성은 강하고 도시적이며 동시에 지적이고 섬세하다. 그는 현대 여성의 자유로운 사유를 패션으로 제시한다.



디자이너 허환은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위해 리서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허환의 컬렉션에 있어서 이 리서치는 핵심이며 가장 즐거운 작업 중에 하나이다. 그의 컬렉션은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의 영화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하나의 텍스트 또는 이미지에서 시작되기도 하는데 전복을 시도한 모더니스트들에게 끌리는 듯하다. 그는 리서치를 통해 디자인 과정을 발전시키면서 새롭게 정립되는 디자인 방법론에 흥미를 느끼며 그 하나하나가 모여 아카이브를 이루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리라고 믿는다. 그에게 있어 디자인의 모든 과정은 사슬과 같이 연결되어 단 하나의 과정도 소홀이 넘어 갈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그는 패션의 목표는 동시대의 문화현상의 비주얼적 리딩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의 이미지를 제기하고, 궁극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의 방향성의 보여주는 이미지적 가치를 제공한는데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실에는 좋은 이미지를 향한 그의 노력이 가득하다. 컬렉션을 위해 리서치한 이미지들.>


그의 디자인의 핵심은 형태와 질감 이라는 두 요소가 전체적인 그림 안에서 발전∙ 융화 되는 것이며 디자인의 요소들이 단계 단계의 디자인 전개과정을 통해 요소간의 완벽한 균형을 잡아 독특한 미적감성을 얻는데 있다. 이를 통해 허환의 옷은 구조적으로 새롭게 구성되는 현대적 실루엣과 새로운 소재,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섬세한 디테일을 보여준다.



<디테일을 위한 소재 개발 연구는 디자인에 완성도를 더한다.>






<2014 S/S 컬렉션을 위한 디자인 스케치>


“에티튜드가 엘레강스를 만든다”는 알버 엘바즈의 말을 좋아한다는 이 디자이너는 순간을 살아가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며 디자인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무지의 깊이를 인지한다고 말한다. 패션을 통해 얻은 최고의 교훈을 겸손이라 말하며 동시에 입 셍 로랑과 같은 위대한 디자이너가 미래의 삶의 방식을 만든다는 견지에서 볼 때 “새로운 패션의 역사를 쓰고 싶다”라는 디자이너로서의 가치 있는 포부를 갖고 있다.


디자이너는 사회 안에 존재하며 그들의 디자인은 당대의 사회 문화적 맥락 안에서 만들어진다. 허환은 디자이너가 속해있는 환경의 지형학적 특성과 사회 정치적 담론의 연결고리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컬렉션에 이러한 현상을 담는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그의 느리지만 확고한 발걸음은 그의 미래를 현실의 풍경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앙드레 꾸레쥬에 의하면 “훌륭한 디자이너는 사회학자가 되어야 하며, 사람들이 영위하는 삶, 주택이 세워지는 방식, 그들의 욕구와 주된 관심사가 무엇언지 살펴보아야 한다.” 라고 했다. 허환 디자이너는 적어도 앙드레 꾸레쥬의 이러한 믿음에 근거 할 때 훌륭한 디자이너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옷은 소비되지 않고 소유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허환 시뮬레이션= 하이엔드 브랜드의 기호로 성공적으로 대체되고 있는 중이다.


<2014 F/W 밀라노 컬레션 허환 시뮬레이션은 밀란 컬렉션의 엔딩을 장식했다.>


글 이주영 편집위원/ 동덕여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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