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09-14

[이주영의 色卽共感 ] 꾸미지 않은 자연을 닮은 루이 비통의 갈색

어느새 여름이 저 멀리 달려가고 아침 저녁으로 찬 공기가 신선한 가을이 왔습니다. 색즉공감 첫 번째 칼럼은 가을을 닮은 루이 비통의 갈색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루이비통과 버버리를 대표하는 색 갈색으로 다시금 돌아온 낭만의 계절 가을을 꾸밈없는 마음으로 맞이하세요.


 

패션 브랜드와 고유 컬러는 뗄려고 해도 뗄 수 없는 실과 바늘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주영의 색즉공감의 첫 번 째 칼럼으로 가을을 맞아 갈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갈색의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럭셔리 비즈니스의 영원한 아이콘 루이비통의 모노그램이 아닐까 합니다. 갈색에 노란색으로 별, 다이아몬드, LV 로고, 그리고 네 잎 장식 꽃무늬가 패턴으로 들어간 루이비통 가방은 전 세계 여성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90년대 국내 럭셔리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고 로고가 크게 새겨진 메이커에 열광하는 로고 파워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서울의 압구정 거리에도 루이비통의 갈색 모노그램 스피디를 들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개성을 중시하던 대학생이던 필자는 당시 줌마필(?)의 그 갈색가방을 너도 나도 들고 다니는 것을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남녀노소 없이 누구나 열광하는 마크 제이콥스의 루이비통을 보면서는 생각이 달라졌답니다.

 

  

패션에 있어 여자의 변심(?)은 무죄라는 것 아시죠? 2000년대 들어 마크 제이콥스가 컬러 활력을 불어 넣은 루이비통의 가방들은 무척 젊어졌답니다. 여행 가방의 대명사인 루이비통의 이미지를 컬러 하나만으로 여성들의 어깨를 지배하는 핸드백의 고유 명사로 바꾸어 버린 것이지요. 90년대 당시 모노그램 무늬가 구닥다리 아이템처럼 보였던 건 아마도 필자가 덜 럭셔리해서 나타난 착시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루이 비통 가방에 대한 오해의 단초는 바로 갈색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갈색은 패션에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사용되는 컬러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을컬러로 사랑하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반대로 갈색은 컬러 중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색이기도 합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여자의 17%, 남자의 22%가 갈색을 가장 싫어하는 색으로 대답을 했거든요. 흉함, 싫어함, 에로틱하지 않음, 즐길 수 없음 등의 항목에 불명예 1위에 오른 컬러, 갈색! 그런데도 사람들은 갈색 옷을 즐겨 입는답니다. 그 이유인즉슨 갈색은 모든 경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네요. 여러분도 그런가요?

 

갈색은 엄밀히 말하자면 컬러가 아니랍니다. 갈색은 여러 색을 섞으면 나오는 잡색이기 때문이죠. 또한 부패한 것을 상징하는 색이고 자연에서 말라죽은 것을 의미하는 색이기도 하니까요. 초록의 상큼함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갈색이 되고 하얀 종이도 세월의 깊이를 담아 갈변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때문에 갈색은 시간이 축적된 색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그렇게 시간을 담는 색인 갈색은 클래식 컬러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왔기에 갈색은 자연의 색이자 세월의 색이기도 합니다.

  

  

패션의 역사에서 보면 중세 시대 갈색은 가난한 자들의 색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부자들만이 값비싼 염색 직물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갈색 옷은 동물의 털 찌꺼기나 탈색을 하지 못한 아마나 대마로 짠 직물을 그대로였습니다. 검은색보다 값이 싼 갈색은 수백 년 동안 가난한 자들의 상복의 색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8세기에 들어와 염색 비용이 저렴해 지면서 색의 신분도 달라졌답니다.(어릴 때 값 비싼 바나나가 제일 맛있었지만... 지금은 야생 블루베리가 더 맛있어요. 비싸면 왜 맛있는지.. 저만 그런가요?) 비비드한 순색은 단순한 컬러가 되었고, 파스텔 톤의 혼합색이 사랑 받았는데 프랑스 루이 14세는 벼룩 색을 무척 좋아해 벼룩 갈색을 입으면 왕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벼룩의 색(Couleurs de puce)’ 이라니 듣기에 거북스러운 정도인데요. 벼룩 갈색을 매우 좋아하던 루이 14세는 벼룩의 등’ ‘벼룩의 머리’ ‘벼룩의 허벅지’ ‘늙의 벼룩’ ‘어린 벼룩등 친히 여러 가지 벼룩 색 이름을 지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로마인들은 가난한 사람들은 갈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란 뜻의 풀라티(Pullati)라고 불렀다지만 괴테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들은 색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괴테의 현란한 색에 대한 거부감은 독일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 갈색은 아름다운 색으로 손꼽히고 독일 나치당을 대표하는 컬러가 되었답니다. 누구나 입는 갈색을 금지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나치 동조자들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는 쉬운 일이었겠지요. 이렇듯 갈색도 시대적 배경과 유행에 따라 선호도가 달랐습니다.

 

현재 갈색은 다른 모든 색채가 그러하듯 지위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색채 감각이 그러하듯 갈색은 다 같은 갈색이 아닙니다. 갈색은 카멜의 고상함으로, 코냑의 화려함으로, 그리고 베이지의 여성스러움으로 변주되거든요. 갈색은 에코 패션에 있어 그린과 함께 사랑받는 색이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는 에스닉을 대표하는 색이며, 버버리의 트렌치코트의 색이자 막스마라 카멜 코트 색이기도 합니다.

   

 

바싹 마른 명태처럼 건조한 사람도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을 보면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향긋한 커피를 잘 구워진 비스킷과 함께하는 러시아워도 없고, 출근 스트레스도 없는 여행지에서의 여유있는 아침을 상상해 보세요! 그저 상상만으로도 필자는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가을 여행을 즐기고 싶고 안락함을 느끼고 싶다면 갈색을 선택해 보세요. 눈에 띄지 않는 카멜레온처럼 우리는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입니다. 커피 브라운, 다크 초콜릿 브라운, 나무의 내추럴 브라운, 대지의 색상인 어쓰 브라운(Earth brown) 등 이 꾸미지 않는 자연의 색 브라운, 즉 갈색은 여행자의 트렁크를 만들던 루이비통이 선택한 컬러로는 최상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글 이주영 편집위원/ 동덕여대 강사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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