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05-15

100년전 금기시되었던 팬츠, 오늘날 필수 패션 아이템이 되기까지 편견에 맞선 팬츠 투쟁 역사

요즘 여성들의 필수 패션 아이템인 된 팬츠가 불가 100년 전에는 금기시 되었던 패션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스커트와 팬츠 사이의 행복한 고민의 뒤에는 페미니스트들과 할리우드 배우들의 편견에 맞선 패션을 위한 투쟁이 있었다.




20세기 들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치마를 입는 여성보다 바지를 입은 여성들을 더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 조차 공공건물이나 레스토랑에서 바지를 입는 여성은 출입을 금지 당할 정도로 여성 패션에 있어 바지는 금기 대상이었다. 패션 금기 대상에서 패션 스테디셀러로 신분 상승한 여성용 바지의 유래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산업혁명 이후 서유럽에서는 새로운 기계와 옷감 개발에 이어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페미니스트들의 활약 덕분에 여성복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아마도 “여성들이여 일어나라! 우리는 남자와 똑같은 사람입니다”라는 구호가 여성들의 입에서 나왔을 것이다. 가부장적인 유럽 사회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가장 큰 변화는 여성들도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변화에는 블루머가 있었다.



블루머(Bloomers)는 예전에 체조, 경마, 수영 등을 할 때 여자가 입었던 바지의 한 가지이다. 무릎 위나 아래 길이의 품이 넓은 바지에 고무줄을 넣어 잡아매도록 되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 바지, 일명 몸빼를 닮은 형태다.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에 미국, 프랑스 등지에서 여성 해방 운동가들이 여성복을 간소화하고 남성복과 비슷하게 만들자는 운동을 일으켰을 때 미국의 여성해방운동가 아멜리아 블루머(Amelia Bloomer)가 처음 만들었다.

다리를 가리는 긴 치마를 입었던 당시로서는 짧은 치마 속에 헐렁한 블루머를 입는 모습이 매우 낯설었다. 남성들은 그 모습을 대놓고 비웃었다. 그러나 아멜리아 블루머는 여성에게도 활동성을 보장해주는 바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블루머는 몇 십 년이 지난 후 빛을 발해 체조나 경마, 수영 등 운동복으로 활용되었다.



여성이 남성용 바지를 입은 것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류 소설가 조르쥬 상드는 1830년대부터 여성의 불평등한 지위에 대항하기 위해 남자 옷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19세기 후반 전설적인 프랑스 배우 사라 베르나르도 평상복은 아니었지만 무대 의상으로 바지를 입었고, 자전거 애호가들도 실용적인 이유에서 퀼로트라 불리는 치마바지를 입었다고 한다. 1909년에는 디자이너 폴 푸아레가 발레복에서 영감을 받은 하렘팬츠를 처음 선보이게 된다. 하렘팬츠는 윗부분은 통이 넓고 발목 부분에서 좁아지는 주름을 형성하는 바지를 말한다.



한편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요트 팬츠를 선보다. 그녀는 스스로 바지를 즐겨 입었는데 그 스타일에 반한 대중들이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1020년대의 일반 여성들은 앞서가는 배우나 디자이너들과 달리 바지를 비치웨어로 입거나 실내복으로 주로 입었다고 한다. 외출복으로 입고 다니기에는 아직은 별난 옷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1910년과 1920년대에는 유럽과 미국의 용감한 페미니스트들은 남자 옷이나 넥타이, 모자 등을 착용함으로써 전통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비록 페미니즘 운동의 일환으로 일부 여성들만이 바지를 입었지만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바지 입는 여성을 용인하기 시작한 것은 이후 몇 십 년이 지난 후였다. 



일반 여성들이 바지를 입게 된 것에는 전쟁이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여성들은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전쟁터로 떠나자 집안 살림은 모두 여성의 몫이 되었다. 여성들은 공장에 나가 일을 해야 했고 집안일도 병행하다보니 옷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이때 바지가 스커트보다 훨씬 실용적이라는 실용주의 패션에 대한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긴 치마와 코르셋은 사고의 원인이 되므로 절대로 입지 말 것’이라는 회사 공고문이 붙을 정도였다. 일명 ‘몸뻬’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농촌 아줌마들의 일 바지 역시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제에 노동력을 제공하던 우리나라 여성들이 탄광 노동을 하면서 입었던 것으로, 우리나라의 대중적인 바지 패션 역시 2차 세계 대전과 함께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당시 바지를 입은 여성은 여전히 자연스럽지 못한 것으로 생각되었고, 바지를 입은 여성들 스스로도 바지에 대해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은 늘 대중들 보다 두발 앞서가기 마련이기에 팬츠는 진화할 수 있었다. 특히 발목 길이의 통이 좁은 8부 길이의 사브리나팬츠, 무릎길이의 버뮤다팬츠, 그리고 무릎 부분에 끈이 달린 타이트한 팬츠 등이 레저용 패션으로 부상했다.



한편 양성적인 매력을 가진 여배우 마를렌 디트리히는 할리우드에서 바지를 가장 잘 입는 여배우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여성에게 바지가 금기시되던 1930년대에 이미 바지를 평상복으로 입고 다녀 늘 대중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기도 했다. 파리 경찰서장은 바지를 입은 그녀에게 파리를 떠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하니, 그녀의 바지 패션이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심지어 바지를 입었다고 레스토랑 출입도 거부당했다고 하니 지금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이다.

본격적으로 여성들에게 대중적으로 바지가 유행하게 된 것은 1960년대부터였다. 편안한 착용감과 실용성이 여성 패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1960년대 앙드레 꾸레주가 여성도 편안하고 기능적인 바지를 자유롭게 입어야 한다는 주장 하에 만들어낸 튜브 모양의 화이트 팬츠는 큰 인기를 얻었다.



이브 생 로랑이 1966년에 선보인 세련된 여성용 테일러드 팬츠 슈트나 르 스모킹 역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브 생 로랑의 팬츠 슈트는 반향이 컸던 만큼 이에 대한 논쟁 역시 컸지만, 매니시한 여성용 슈트가 유행을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여기에 마를렌 디트리히, 캐서린 햅번, 오드리 햅번, 로잔린 러셀, 로렌 바칼 과 같은 셀러브리티들이 매니시한 여성용 팬츠 슈트를 대중화에 일등 공신으로 등장한다. 남성적인 옷차림이지만 여전히 여성적이고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셀러브리티들이 증명한 이후 매니시룩은 대중적으로 크게 유행했다. 이후 1970년대 들어 조르지오 아르마니, 도나 카란과 같은 디자이너들이 커리어 우먼을 위한 다양한 팬츠 슈트를 내놓으면서 바지는 드레스 못지않게 중요한 여성복 아이템이 되었다. 덕분에 바지를 입은 여성 역시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다. 

19세기 말 페미니즘의 상징부터 20세기 실용주의 패션, 레저용 패션을 거쳐 일상적인 아이템이 되기까지 팬츠의 역사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바지가 없는 세상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현대 여성들은 아마도 사회적 편견과 맞서며 팬츠를 입은 여성해방운동가나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도전정신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여성들은 팬츠와 스커트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한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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