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6-10-28

[SFW리뷰] 2017 봄/여름 '곽현주 컬렉션' 컬렉션

2017 봄/여름 '곽현주 컬렉션' 컬렉션은 지난 시즌과 달리 경쾌하고 역동적이었다. 이번 시즌의 테마는 디자이너 곽현주와 15년 째 함께 하고 있는 '동거묘 나디아의 상상 속 탐험'이었다.




늙은 고양이 나디아는 디자이너 곽현주와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하는 애묘 페르시안 고양이다. 이제는 관절도 약해지고 점프도 잘 못하는 늙은 고양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디자이너의 마음 속에는 처음 만났을 때 그 느낌 그대로 활발하고 개성 넘치는 고양이로 남아있다. 나디아가 그녀에게 디자인 영감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자신의 반려묘에게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선보였었다. 이번은 그 속편인 셈이다.


그녀는 패션 쇼 노트를 통해 "이번 시즌 쇼를 준비하면서 문득 '만약 사무실이 나무가 울창한 휴양지였다면 나디아가 훨씬 자유롭고 행복할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아이디어를 '캣츠 인 정글(Cats in the Jungle!)이라는 테마가 풀었다"고 밝혔다. 결국 자신의 상상 속에서 정글을 탐험하고 하와이에서 여행도 즐기는 낭만 고양이 나디아에게 헌정하는 '정글 속 고양이'는 다양한 프린트와 와펜, 자수 등을 이용해 발랄하면서도 화려한 쇼를 완성했다


화려한 트로피컬 이미지와 그 속에서 뛰어 노는 고양이 비주얼의 대형 화면이 패션 쇼 정면을 비추는 가운데 패션 쇼가 시작되었다. 쇼 전반부는 정글 속을 탐험하는 고양이처럼 파워풀한 무대였다. 정글을 탐험하는 나디아는 섹시하면서도 도도한 고양이의 느낌을 잘 살렸다. 밴디지와 피어스 링을 장식한 데님과 프린트물로 ‘스트리트 속의 아마조네스’ 같은 펑키한 느낌을 주었으며 블랙과 데님 블루가 다수 등장했다. 특히 화려한 프라워 패턴과 스트라이프 패턴이 절묘한 조화, 섹시한 크롭 톱, 하이웨이스트 숏츠, 언밸런스 데님 스커트 등 일상적이지 않은 아이템들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나디아를 상징하는 고양이 스티치 자수와 와펜 등의 팝하고 키치한 디테일들은 데님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감과 만나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가죽 앵클부츠와 니하이 롱 부츠는 도도한 고양이 나디아의 느낌을 잘 살려준 탁월한 선택이었다. 


패션 쇼 후반부에는 휴양지의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밝은 무드의 비치 룩이 다수 선보였다. 여름 시즌에 어울리는 시어서커 소재로 시원하고 경쾌한 느낌을 더했으며 스트라이프 패턴과의 매치는 곽현주 디자이너 특유의 위트였다. 다양한 절개와 패턴 배치가 그 좋은 예였다. 비비드한 그린, 오렌지, 레드, 블루, 옐로우 등 다양한 컬러감도 이번 시즌 눈여겨 볼말한 디자인 포인트였다. 여기에 강렬한 이미지의 크롭 톱과 미니드레스, 하이웨이스트 쇼츠 등 시어서커 소재의 마린 룩과 고양이 자수를 놓은 이지한 감성의 스트리트 웨어는 프론트 로를 가득 메운 걸 그룹들을 염두에 둔 것 것 처럼 보였다. 


디자이너 곽현주는 소비자들이 입고 싶은 옷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영리한 디자이너다. 트렌드와 작품성이라는 말은 그녀의 패션 쇼에서 단지 양념에 불과하다. 그녀가 쇼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비자, 즉 관객들과의 소통이다. 컬렉션 룩이지만 데일리 룩으로도 손색없는 웨어러블한 옷들이 등장할 때마다 여성 관객들은 내년 봄을 위한 '머스트 바이 아이템'을 미리 아이캐칭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신의 평범한 일상에서 영감을 얻은 이번 시즌 컬렉션은 '패션이 너무 무거울 필요가 없다'는 디자이너의 실용주의적인 디자인 철학이 빛을 발한 듯 하다.




































































<제공=서울패션위크>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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