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5-07-16

[패션칼럼] GN의 해법, 런던패션위크 NEWGEN에서 찾자

한국의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은 제너레이션 넥스트 컬렉션(Generation Next Collection)이라 불리는 일명 ‘GN’에 관심이 많다. 그 이유는 서울 패션 위크에서 기성 디자이너들의 런웨이 쇼인 서울 컬렉션과 함께 열리는 GN의 경우 패션 쇼 비용이 부담스러운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에게는 자신의 데뷔 쇼를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패션 위크를 기획, 총괄하는 신임 정구호 총감독은 행사와 관련된 신구 디자이너들과의 간담회에서 올 10월 행사까지만 GN 컬렉션을 진행하고, 내년 3월 행사부터는 단순한 패션 쇼 중심에서 트레이드 중심의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의 행사로 성격을 변화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복안을 드러내면서 일부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엘리베이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간담회를 취재한 기자 입장에서 보면, 정구호 총감독의 발언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놀이터를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실적 없는 패션 쇼 중심의 GN 컬렉션을 바잉을 유도할 수 있는 트레이드 시스템으로 혁신하고 싶다는 주장으로 들렸다, 더불어 보다 구체적이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도입 시기를 임박한 올 10월 행사가 아닌 내년 3월에 열리는 2016 가을/겨울 서울 패션 위크로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까지 GN이 없어진다는 공식 발표는 없었다. 또한 기성 디자이너가 아닌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을 위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어쩌면 구체적인 기획 단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보다 더 획기적이고 긍정적인 혁신 프로그램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어쩌면 최선이 아닌 차선책으로 업그레이드된 GN으로 유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때문에 미리부터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서울 패션 위크의 아젠다 중에는 젊은 디자이너 육성이라는 화두도 있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이든 젊은 디자이너를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올 10월에 열리는 2016 /여름 GN 컬렉션에 최선을 다해 다소 시들해진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 GN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런던 패션 위크의 젊은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한 프로그램 뉴젠(Newgen)을 소개하고자 한다. 9월에 열리는 2016 /여름 런던 패션 위크에서는 영국의 대표적인 SPA 브랜드 탑샵의 후원을 받는 9명의 루키 디자이너들이 참가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뉴젠이 개최된다.

 

1년에 두 번, 영국패션협회(British Fashion Council)가 주도되는 패널들은 뉴젠이라 불리는 런던 패션 위크 프로그램에 참여할 소수의 신진 디자이너들(Emerging Designers)을 선발해 젊은 디자이너들이 바이어와 프레스들에게 자신들의 시즌 컬렉션을 보여 줄 수 있는 런웨이와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바이어와 세일즈 미팅 약속을 진행할 수 있는 임시 쇼룸도 함께 제공한다.


 

또한 젊은 디자이너들을 위한 유용한 서비스 범위를 넘어, 뉴젠은 국내외 바이어와 프레스들이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젊은 디자이너들을 패션 커뮤니티에 알리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들 젊은 인재들은 앞으로 무럭무럭 성장해 전 세계에 런던 패션의 파워를 알릴 것이고, 아울러 런던 패션을 이끌어갈 스윙잉 런던의 미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뉴젠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알렉산더 맥퀸, 크리스토퍼 케인, 에르뎀, 조나단 선더스, J.W.앤더슨 등과 같은 많은 런던 디자이너들은 런던 패션의 영 파워를 과시했다.

 

뉴젠 프로그램은 올 9월 행사가 23회 째로, 지난 2001년부터 스폰서 탑샵의 지속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9월에 열리는 2016 /여름 시즌을 위해 모두 9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선발되었다. 특히 이들은 모든 지난 시즌 뉴젠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이다. 즉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가능성 있는 젊은 디자이너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먼저 브랜드 ‘1205’의 디자이너 폴라 거베스(Paula Gerbase), 에슐리 윌리엄스(Ashley Williams), 라이언 로(Ryan Lo) 3명의 디자이너들은 탑샵의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런던 패션 위크 장소에서 풀 런웨이 쇼를 후원받기 위해 선정되었다. 참고로 지난 시즌 패션 쇼는 테이트 브리탄과 테이트 모던에서 열렸다. 이어 클레어 배로우(Claire Barrow), 다니엘 로메릴(Danielle Romeril), 포스틴 스테인메츠(Faustine Steinmetz), 몰리 고다드(Molly Goddard) 4명의 디자이너들은 프레젠테이션 후원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마르타 자쿠보스키(Marta Jakubowski)와 새디 월리암스(Sadie Williams)는 전시 공간을 부여받았다. 3명의 런웨이 쇼와 4명의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2명의 전시 등 다양한 형태로 뉴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번 시즌 뉴젠 프로그램에 돌아오지 않은 유일한 젊은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마르케스 알메이다(Marques'Almeida), 5월에 열린 LVMH 그룹이 신예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특별 프로젝트 2LVMH 프라이즈의 수상자로 선정되어 33만 달러(37,600만원)의 상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형평성을 위해 다른 후원 프로그램의 수상자는 뉴젠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럼 뉴젠에 참여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통해 뉴젠의 수준을 가늠해 보자. 먼저 디자이너 폴라 거베스(Paula Gerbase)가 이끄는 브랜드 ‘1205’를 만나보자. 1205는 런던을 기반으로 2010 년에 시작된 브랜드로 초기 경력의 대부분을 세빌 로 거리에서 테일러로 활동하며 보냈던 그녀답게 전통적인 크라프트 워크(craft work)를 강조하며, 테일러링과 퀄리티 있는 패브릭에 강점을 가진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추구하고 있으며, 사용하는 패브릭에 맞게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1205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를 졸업한 디자이너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 독특하고 모던하면서도 중성적인 느낌의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유니크한 텍스추어 활용을 통한 믹스매치가 돋보이며, 직선적이고 남성적인 느낌의 테일러링이 여성적인 느낌의 텍스추어와 만나 세련된 느낌을 준다. 디자이너가 이야기하듯 전개하는 패브릭과 커팅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세심한 손길이 장점이다.

 


다음은 애슐리 윌리엄스(Ashley Williams). ‘재미있고’, ‘젊고’, ‘반항아적인 당돌한 걸리시는 사람들이 디자이너 애슐리 윌리엄스를 묘사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그녀는 자신의 테디 베어 백 인기와 더불어 리한나와 카라 델레바인과 같은 셀리브리티 팬들 덕분에 젊은 디자이너치고는 빠르게 인지도를 확보했다. 중동 국가 아랍 애미리트 연방(UAE)에서 자란 애슐리 윌리엄스는 20126월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여성복 학사 학위를 수여했다. 그녀는 졸업한지 8개월 만에 런던 패션 위크에 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디자이너 라이안 로((Ryan Lo)는 홍콩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부터 자신의 옷을 리폼 하는 것을 좋아했다. 10대 후반 런던으로 이민을 간 그는 런던에서 대학을 다녔고 학교생활을 하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발견할 수 있었다. ‘스튜디오 54’를 다니면서 가레스 퓨와 시블링의 디자이너 코제트 맥크리어리 등과 같은 독특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그 중 한 사람인 찰스 아나스타스(Charles Anastase)로 부터 디자인 기술을 전수받기도 했다.

 

로맨틱 판타지는 그의 패션과 인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며, 팝 문화의 소녀 같은 순수함에서 드로잉 영감을 얻는다. 2012 /여름 시즌 자신의 옷을 처음 선보인 그는 두 시즌 후 자신의 작업을 눈여겨 본 패션 이스트의 지원으로 2013년 봄/여름 런던 패션 위크에서 패션 이스트소속으로 데뷔 무대를 가졌다.

 

명백한 페미닌 실루엣, 키치한 디테일, 텍스추어와 장식을 위한 라이언 로의 선호도는 비록 홍콩에서 자랐지만 그를 철저한 영국적 디자이너로 만들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독학으로 스티치와 안뜨기를 배웠으며, 그의 니트웨어는 바이어와 프레스들로 부터 특별한 관심을 유도했다. 또한 기본의 법칙을 파괴하는 맥시멀리스트적인 감각도 가지고 있다. 그는 영감의 원천으로 자주 <섹스엔더시티><앨리 백빌>과 같은 TV쇼를 언급한다

 

 

영국 지방에서 태어난 클레어 바로우(Claire Barrow)2008년 웨스트터민스터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하기 런던으로 왔다. 대학 재학시절 그녀는 펑크 하위문화에 있는 밴드의 관점에서 페인트칠을 한 단 하나밖에 없는 가죽 재킷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밴드의 로고를 그리는 대신 단색으로 밴드 멤버들의 얼굴과 삽화 등을 자신만의 붓 터치로 그렸다.

 

그녀의 가죽 재킷은 바로 큰 인기를 얻었고, 작가들의 찬사는 물론 <보그> 영국판, <크라지아> <더 인디펜던트> 등의 잡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또한 리한나의 앨범 <토크 댓 토크>의 재킷 사진을 위해 가죽 재킷을 특별히 만들어 주기도 했다. 201112월에는 하이앤드 매장 조셉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주목을 받았고, 20123월에 열린 졸업 작품전을 통해 <이브닝 스탠더드>의 헤드라인에 장식했으며 <데이즈드앤컨퓨즈드> 잡지와 함께 패션 필름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2013 /여름 시즌 패션 이스트소속으로 런던 패션 위크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당시 데뷔 컬렉션은 알코올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소재와 형태에 자신만의 시그너처인 삽화를 선보였다. 2013년 가을/겨울 시즌에도 패션 이스트소속으로 테이트 모던에서 첫 런웨이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이때도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영감을 받아 가죽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했다. 아직도 가죽 재킷은 그녀의 컬렉션에서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으며, DIY와 펑키한 느낌을 선보이고 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출신의 디자이너 다니엘 로메리(Danielle Romeril)2010년에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석사 학위를 수여한 후 2013 /여름 시즌에 자신의 이름을 건 컬렉션을 런칭했다. 언밸런스하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리는 표현이 그녀만의 트렌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그녀의 룩을 국적불명의 쿨한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심오한 디자인에 기하학적인 패턴이 커팅이나 술 장식으로 표현된 2013 가을/겨울 컬렉션으로 바이어와 프레스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옷은 거리의 그라피티, 빈티지 웨스턴, 미니멀리즘, 스포티즘이 한데 뒤섞여 있어 스타일보다 감성이 먼저 지배한다. 텍스추어와 표면 디테일에 대한 초점은 더블린 출신의 디자이너 다니엘 로메리의 디자인이 다른 디자이너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으로 특히 그녀는 비대칭 컷을 선호한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출신으로, ‘이스트 런던을 통해 데뷔하면서 주목받은 포스틴 스테인메츠(Faustine Steinmetz)는 옷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부터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다. 공정부터 완성까지 모든 컬렉션을 핸드메이드로 진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디자인 자체는 최소화하고 데님과 같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법한 흔한 아이템을 직접 짜거나 염색해 개발한 독특한 소재로 재탄생시키는 그녀의 컬렉션은 늘 흥미롭다. 특히 아버지 옷장에서 발견한 501 청바지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컬렉션이 주목받았다.

 

간혹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은 패션이라고 해서 화려하고 새로운 것, 또는 이전에 없었던 것을 창조하려고 애쓴다. 아니면 이미 누군가 비슷한 것을 보여주었다고 해서 쉽게 창작적인 열정을 포기하려 든다. 그러나 포스틴 스테인메츠는 이전에 있었던 익숙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재료로 새롭게 리메이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나온다는 것을 증명했다. 현재 그는 런던 패션계의 라이징 스타로 부상하고 있으며 블루진과 니트 탱크, 데님 재킷과 같은 가장 베이직하면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한 의류 아이템을 텍스추어와 수공예 디테일로 유니크하게 만들어 내는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런던 출신의 몰리 고다드(Molly Goddard)2012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니트웨어를 전공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그녀의 노스탈직, 로맨틱 디자인은 도버 스트리트 마켓과 클럽 21을 포함한 판매점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그녀는 종종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의 패션 니트 학사 프로그램을 전공하는 학생이었을 때 터득한 수공예 테크닉을 통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아기 옷에서 영감을 받은 밝고, 소녀스러운, & 익사이트한 졸업 작품전에서 네온 튤과 정교한 크로셰의 오버사이즈 크리놀린 드레스로 주목받았다. 특히 그녀가 교묘한 처리한 소재는 환상적이었다는 평가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 입학 할 때만 해도 니트에 대해 지식이 전혀 없었지만 포트폴리오를 본 교수가 여성복보다는 니트웨어를 전공하는 것이 낫겠다고 조언해 니트를 선택했다고. 결국 탁월한 선택이었고, 비록 아직까지도 니트의 광팬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소재를 만들 수 있는 니트의 자유를 좋아한다고 한다.

 


디자이너 마르타 자쿠보스키(Marta Jakubowski)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성장했으며 런던의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여성복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프린트와 치장, 페미니니티를 아우르는 패션의 도시 런던에서 마르타 자쿠보스키가 선보인 첫 세 번의 컬렉션은 바이어와 프레스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컬렉션을 통해 편한 슬러치 스타일의 머스큘린 실루엣과 오버사이즈 코트와 와이드 레그 트라우저를 선보였다.



런던 출신의 새디 윌리암스(Sadie Williams)는 어린 나이에 데뷔했지만 다수의 대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할 만큼 실력파다. 그녀는 이미 여러 메이저 브랜드와 리테일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3년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의 패션 코스 석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 작품전을 본 셀프리지 백화점은 그녀를 자신들의 신진 육성 프로그램인 ‘Bright Young Things’ 중 한 명으로 임명해 백화점 윈도우에 그녀의 특징이 잘 드러난 드레스와 루렉스 스웻 셔츠 라인을 선보였다.

 

이후 마텔, H&M 업스케일 파생 상품, &어더 스토리즈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이어졌다. 새디 윌리암스의 트레이드마크는 그녀만의 독특한 반짝이는 소재, 미래적인 렌더링, 때로는 스포티한 실루엣이다.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에 그녀는 J.W.앤더슨, 마크 바이 바크 제이콥스, 케이티 힐러에서 일했으며 후자의 영향력이 요즘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15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메탈 소재를 이용한 디테일로 지난 시즌에 이어 독특한 새디 윌리엄스만의 색깔을 보여주었다.

 

그럼 런던 패션 위크의 신진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 뉴젠(Newgen)을 통해 서울 패션 위크의 GN 컬렉션이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가. 먼저 안정적인 후원사 확보 문제다. 패션 행사를 여는 데 있는 참가 디자이너의 수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금전적 후원 문제다. 지금은 서울시에서 보조금이 나오지만 계속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향후 안정적인 행사의 지속성을 위해 독자적인 후원사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런던의 뉴젠이 올해로 23회째를 맞으며 2001년부터 꾸준히 지속된 것은 바로 런던의 대표적인 SPA 브랜드 탑샵의 고정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매 시즌 다수의 브랜드로부터 십시일반으로 스폰서를 확보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GN 컬렉션을 후원해 줄 수 있는 타이틀 스폰서 후원사 확보가 중요하다. 젊은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인 삼성패션펀드가 성과를 낸 이유 또한 제일모직의 꾸준한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GN 컬렉션의 미래는 메인 스폰서를 어떻게 확보하는가에 달려있다. 국내 기업은 물론 한국에 진출한 외국 패션 기업까지 리스트에 올려놓고 접촉해야할 것이다.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가 매년 진행하는 CFDA 어워즈의 신진 디자이너상의 경우도 미국 기업이 아닌 오스트리아의 글로벌 기업 스와롭스키가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스폰서십 확보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두 번째는 선발의 공정성과 카테고리의 다양화 문제다. 지금처럼 풀 런웨이 쇼를 열 지원자의 신청을 받아 일괄적으로 심사해 대상자를 선발하는 것은 객관성과 공정성에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농후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런던 패션 위크의 뉴젠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정량이냐 정성과 같은 수치적 기준보다는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의 수상 실적이나 국내외 전시회 참가, 콜라보레이션, 홍보 실적 등 다양한 스펙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한 번에 전원을 선발하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카테고리 별로 수시 선발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즉 뉴젠처럼 런웨이 쇼를 할 디자이너,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디자이너, 전시를 진행할 디자이너 등 3개 부문으로 구분해 선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울러 이들 젊은 독립 디자이너 중 쇼룸 공간이 없는 이들에게는 뉴젠처럼 바이어와 상담할 수 있는 공동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DDP 옆에 있는 쇼룸 르돔을 행사 기간 동안 임대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한 젊은 독립 디자이너의 경우 막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디자이너와 내셔널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경력 디자이너까지 나이와 수준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독립 디자이너 자격에 대한 디테일한 기준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선발 기준도 명확해야 한다.


 

세 번째로 서울 컬렉션과의 연관성 문제다. 사실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의 경우 기성 디자이너들의 서울 컬렉션과 근접한 곳에서 데뷔 쇼를 치르기를 희망한다. 아직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 없는 상황에서 자칫 바이어와 미디어는 물론 대중들의 관심도 받지 못할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젊은 디자이너들의 경우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만, 이는 일부일 뿐 대부분의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은 대중들에게 낯선 경우가 많다.

 

또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고 비즈니스를 위해 여는 자신의 패션쇼가 마치 가족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대학 졸전처럼 진행되는 것에 대해 젊은 디자이너들은 효과 면에서 의문을 가지기 때문이다. 해외 컬렉션의 경우도 신진 디자이너와 기성 디자이너의 일정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스케줄 표가 성공의 바로미터가 된지 오래다.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가 작년에 뉴욕 패션 위크 주관사인 IMG측으로부터 스케줄 표에 대한 권한을 되찾아 온 것도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의 효율적인 배치를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을 위하 통합 아카이브 구축이다. 가끔 해외 디자이너들의 아트 북을 보면 디자이너 스토리와 대학 졸업 작품전부터 최근 컬렉션까지 잘 정리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패션 디자이너들의 경우 아카이브 구축에 있어 거의 불모지다. 자금 사정이 좋은 기성 디자이너들의 경우 홍보 대행사를 이용하거나 자체적으로 아카이브를 구축할 수 있지만 자금 적으로 어려운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의 경우 현실적으로 아카이브 구축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의 아카이브 구축을 통해 K패션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보다 발전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할 때다. 물론 아카이브의 주체는 디자이너 본인들이지만 측면에서 잘 지원해준다면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장하는 데 좋은 발판이 될 것이다. 패션 마케팅의 4대 요소는 제품(Products), 가격(Price), 장소(Place) 그리고 프로모션(Promotion) 이다. 즉 고퀄리티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최적의 장소에서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프로모션이다. 따라서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이 효과적인 프로모션 활동을 위한 최신 버전의 ‘GN 아카이브 통합 관리는 국내외 바이어와 프레스들에게 훌륭한 패션 사진(Fashion Dictionary)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에 시작된 서울 패션 위크가 15년 동안 지속 되면서 GN 컬렉션은 한국 하이 패션업계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루는 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GN 컬렉션에 참여한 많은 젊은 독립 디자이너들은 이제 당당히 한국 하이패션업계의 중견 디자이너로 성장해 또 다른 해외 진출 프로그램인 ‘10 소울컨셉 코리아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따라서 최근 서울 패션 위크의 변신을 위한 몸부림은 신인과 중견을 포함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미래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앞으로 정구호 총감독과 젊은 디자이너들 사이의 원활한 소통과 대화를 통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최상의 GN 컬렉션 대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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